벨기에, 브뤼셀 -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안녕하세요, 마리몬다입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브뤼셀에 위치한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방문 후기 포스팅입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벨기에는 왕립 미술관과 르네 마그리트 박물관, 만화 박물관 등이 유명한 관광지잖아요. 시간 상 세 곳을 다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왕립 박물관은 스킵하고 그 옆의 르네 마그리트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10유로입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사려고 했는데 회원 가입 등 너무 많은 절차가 필요해서 그냥 현장에서 구매했습니다. 요새는 인터넷으로 표를 많이 사서 그런지 관광 성수기인 8월 현장 예매도 널널한 편이었어요.
보통 유럽의 미술관들이 중세 시대 작품을 많이 전시하고 있어서 종교화나 역사화가 많은 편인데, 이 미술관은 마그리트의 작품만 전시되어 있고, 마그리트가 초현실주의 작가이기 때문에 뭔가 몽글몽글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작품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뭔가 꿈꾸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참고로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에는 마그리트의 작품이 약 200여점 이상 전시되어 있다고 해요.
르네 마그리트
르네 마그리트는 초현실적인 작품을 남긴 벨기에 출신의 화가로, 그의 대표작으로는 아래 있는 <이미지의 배반>입니다.
<이미지의 배반>은 작품에 파이프 그림이 그려있고 그 아래 "이것은 파이프다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 라고 쓰여있는데요, 이미지를 보면 사람들이 파이프구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마그리트는 '그림 속의 사물은 파이프가 맞지만, 이건 파이프를 그린 그림이지 진짜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의도로 이미지와 역설적인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넣어 모순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해요. 이 그림을 보며 발상의 전환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엄청 단순한 이미지인데, 저렇게 문구를 넣음으로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고 철학적인 사유로도 연계되는 것이 작가의 천재성도 느껴졌어요.
또, 마그리트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유독 중절모를 쓴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 데, 이는 부모님의 직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양복재단사였던 아버지와 모자를 판매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란 마그리트에게 양복 입은 신사와 그 시대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받던 모자는 접하기 쉬운 아이템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래서 그의 작품에 보면 정장을 잘 차려입고 중절모를 쓴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요. 마그리트의 박물관을 안내하는 이정표에도 양복 입고 중절모를 쓴 신사와 파이프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마그리트가 얼마나 양복을 입고 중절모를 쓴 사람과 파이프를 모델로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마그리트의 많은 작품에서 사람과 사물이 비현실적인 비율로 묘사되어 작품을 보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또,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여서 그런가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대비되는 듯한 어두운 색으로 그려진 사물과 사람이 강렬한 대비를 이룹니다. 건물과 사람이 형체만 보이고 특히 표정이 안보여서 그런가 그런가 따뜻한 노을보다는 뭔가 서늘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이 사람도 역시 중절모를 쓰고 있네요.
나무 위에서 담소를 나누는 듯한 두 남성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또, 작은 사람의 모습과 큰 나무의 모습에서 대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은 너무 작은 존재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실제로 요새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자연재해등을 경험하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작고 무기력한 지를 느끼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묘사하되, 사물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요소들을 같이 배치하여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초현실주의 기법 '데페이즈망(dépaysement, 전위법)'을 대표하는 작품인 <신뢰>도 마그리트 박물관에서 볼 수 있었어요. 중년의 남성이 파이프로 담배를 태우는 이미지는 익숙한 데, 이 그림에서 파이프가 입이 아닌 얼굴의 중심, 코와 볼에 위치하여 무언가 이색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그리트는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신사의 얼굴 위에 사과나 비둘기가 놓여있는 작품들도 그렸는데, 여기에서는 이 작품만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조금 아쉽기도 한 게, 마그리트의 이름을 건 미술관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은 거의 다 외국에 있어서 여기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더라고요.
괴도루팡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작품 <르네 마그리트와 야만인>과 뜬금없는 바다풍경과 창문, 그리고 회색 빛의 벽에 기대있는 물고기가 그려진 <진실의 추구>, 비슷한 형태의 집들이 비정형적으로 쌓여있는 걸 그린 <가슴>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모든 작품이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질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배치되어 다소 어색한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몽글몽글 느낌의 부드러운 색을 사용해서인지 이상한 조합이지만 마음이 포근해지는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마그리트는 그림으로도 유명하지만 사진으로도 유명한데요, 화가 자신은 그저 취미로 주변 사람들과 풍경을 찍을 뿐이라고 했다고 해요. 또, 마그리트의 많은 작품에 등장한 사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작품이 많지는 않아서 다소 아쉽긴 했어도 벨기에를 대표하는 작가인 만큼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유럽 여행을 하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전 세계적으로, 또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루브르와 대영박물관에 있기 때문에 왕립미술관과 마그리트 미술관 중 한 곳만 선택해야 한다면 마그리트 미술관을 가는 게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용한 정보
위치 : Place royale / Koningsplein 2-1000 Brussels
오픈 시간 : 화-금 오전 10시 - 오후 5시 / 토, 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 월요일 휴관
입장료 10유로
홈페이지
Home – Magritte Museum
musee-magritte-museum.be
오늘도 즐거운 랜선여행 되셨길 바랍니다.
그럼 다들 건강하시고 다음 포스팅에서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