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파리에서 나비고 (5 존)로 갈 수 있는 근교 여행지이자 반 고흐가 생애 마지막 70여 일을 살았던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 방문기를 포스팅합니다. 파리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는 분들이면 아마 나비고를 구매하실 텐데요, 이 나비고를 활용하여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다녀올 수 있습니다.
생라자르역(Gare de Saint-Lazare)이나 북역(Gare du Nord)에서 RER C, Transilien Line J(생 라자르 역) 아니면 Transilien Line H(북역)를 타고 가다가 Pontoise 역에서 Persan-Beaumont방향 기차로 갈아타서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저는 이렇게 환승해서 가는 게 귀찮기도 하고 (아무래도 환승하면 또 소매치기를 당할 확률도 높은 것 같아요) 시간도 더 오래 걸려서 주말에만 다녀왔는데, 주말에는 북역에서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가는 직행열차가 있습니다. 북역에서 똑같이 Transilien H(트란질리안)을 타고 가면 되는데, 중간 역에서 정차를 안해서 약 41분 정도로 시간도 절약되고 항상 한산했어요.
제가 갔을 때는 오전 9시 38분에 파리에서 직행열차가 있었고, 돌아오는 직행열차는 오후 6시 32분에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도 그대로 운행하는 것 같긴 한데, 혹시 가실 분은 미리 RATP사이트에서 시간을 확인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또,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출발하는 건 거기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문의하셔도 됩니다.
이 작은 마을이 전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 건 역시 서양화의 거장 반 고흐가 그의 생을 마감하면서 창작의 혼을 불사른 마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을 곳곳에 반 고흐의 작품들의 실제 모델이 된 장소들이 위치해있어요. 역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관광안내소를 찾아볼 수 있는데, 관광안내소에는 다양한 워킹 투어 루트를 소개하는 브로셔가 있으니 본격적인 관광 시작 전에 들리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시청과 반고흐가 묵었던 하숙집을 시작으로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오베르의 시청 역시 반 고흐의 작품에 등장했었는데요, 작품의 모티브가 된 곳들은 앞에 작품 사진을 붙여놔서 (사진 내 우측 표지판 참고) 관광객을 위한 배려도 돋보였어요. 시청의 건너편에는 라부 여인숙이 위치해있습니다.
사진으로 지붕에 보이는 작은 창문이 반고흐가 묵었던 방에 있던 창문 같아요. 가이드 투어로만 진행이 되며, 투어 간격은 약 30분 정도입니다. 정원에서 반 고흐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어요. 건물로 들어가 반 고흐의 방에서 설명을 듣고 비디오를 보는 방식으로 투어가 진행됐어요.
내부에 들어가서 보면 고시원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내부에 작품이 한 점이라도 있음 좋았을 텐데 하나도 없어서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가이드 분의 말씀으로는 기부 등을 통해 모은 돈으로 작품을 한 점이라도 구매해서 전시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 작은 방에서 생의 마지막 70일간을 보내면서 완성한 작품이 약 80여 점으로 하루에 1점 이상을 그렸다고 해요.
라부여인숙은 여인숙 입장료는 6유로(성인)로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다만, 관람을 마치고 내부 사진을 원하면 이메일을 남길 수 있는 방명록이 있는데, 거기에 이메일을 남기니 사진 두 장을 보내주었습니다. 라부 여인숙과 반 고흐의 역사 등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홈페이지(영문)를 참조하세요. 여인숙 방문은 보통 3월에서 11월에 가능하며 (정확한 일정은 매년 다릅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방문할 수 없습니다.
기념품 샵에서는 가격이 싸서 반 고흐가 즐겨 마셨다는 압생트(초록 요정의 술)도 팔고 있었어요. 한 때 술의 재료 중 하나인 아브신트쑥이 정신 착란, 환각 등 문제를 일으켜서 제조가 금지되었고, 이제는 그 문제 되는 성분을 제외해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반 고흐의 하숙집을 방문하고 나니 닥터 가셰가 누구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반 고흐가 이 마을에 자리 잡게 된 것도 주치의인 가셰 씨가 여기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더라고요. 가셰에 대한 평은 갈리지만, 그가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정신과 전문의로 반 고흐와 깊은 우정을 나눴고 그의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람임은 분명합니다. 고흐뿐 아니라 인상파 화가들인 세잔, 피사로, 기요맹 등이 닥터 가셰의 집을 아지트로 종종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닥터 가셰의 집을 방문하니 역시 의사는 백여 년 전에도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집 규모도 크고, 뷰도 좋았습니다. 정원에서도 반 고흐가 그린 작품의 모델이 되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여인숙과 마찬가지로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만 오픈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한 교회가 나와서 보니 반 고흐의 교회 작품의 모델이었어요. 제가 방문했던 2018년 여름에는 (이때 무려 3번 방문했어요ㅋㅋ) 앞에 공사를 하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ㅠㅠ 새로운 느낌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작품에서처럼 밤의 교회를 느끼려면 이 마을에서 일박을 하거나 해가 빨리 지는 겨울에 와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파란 하늘 아래서 보는 교회도 멋졌습니다.
마을 어귀에 붙어있는 공동묘지에는 반 고흐와 동생 테오의 무덤이 나란히 있습니다. 거의 출구 쪽 벽에 붙어있어서 무심코 지나가기 쉬워요. 저도 처음 갔을 때는 두 바퀴를 돌고서야 찾았습니다. 반 고흐의 무덤에는 해바라기가 있으며 생전에 우애 있던 두 형제가 사후에도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공동묘지를 나오면 바로 밀밭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반 고흐의 또 하나의 대표작인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탄생했어요.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과 그 위를 나는 까마귀..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흔히 반고흐의 유작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이 그림을 그린 후에도 여러 작품을 더 그렸다고 합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작품은 반 고흐가 사망한 1890년 7월에 그렸다고 하는데, 정말 이렇게 황금빛의 밀밭을 보려면 날짜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18년도 여름에 여러 번 갔었는데 이런 황금빛의 밀밭을 보지 못했습니다. ㅠㅠㅠ 6월 초에 한 번 가고, 6월 말에 한 번가고 7월에 가려다 못 가서 8월 초에 갔는데, 8월 초에는 이미 밀을 다 벤 후더라고요 ㅠㅠ 6월에는 아직 파릇파릇했었고 8월에는 밀을 다 베어버린 걸 생각하면 7월 중후반에 가야 저렇게 노란 물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베르 쉬르 우아즈 자체도 엄청 조용하고 잔잔한 마을인데, 잔잔히 흐르는 우아즈 강을 보니 우아하게 차 한잔 마시고 싶더라고요. 해가 반사되어 반짝이는 강물이 너무 예뻤고, 종종 보이는 보트가 마치 한 폭의 작품 같았습니다.
이외에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는 도비니 박물관 , 압생트 박물관, 오베르 성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파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근교 여행지로 딱이었어요.
오늘도 즐거운 랜선 여행이 되셨길 바랍니다. 그럼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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